책 보기, 버그 해결 - MiSide 대화
미타…도대체 몇 명의 미타를 더 만나보실 건가요?
미타…완전 감옥 같애!
미타…이건 또 뭐 하시는 거예요?
미타…지루하니까…
미타…어디 가시려고요? 거기 멈춰요!
미타…[player]님, 어떻게 여기 들어오신 거예요?
미타…전 이 답답한 평면 세계를 싫어해요.
게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승부의 향방이 보이려는 찰나,
갑자기 쾅쾅거리는 노크 소리가 미타의 수다를 끊어냈다.
점점 커지는 진동음,
마치 강진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방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미치광이 미타가 침실로 난입하면서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녀는 여전히 입체적인 모습 그대로 방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충격으로 내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고,
2D 미타도 겁에 질린 듯했다.
미치광이 미타는 독사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훑어보더니,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player]님, 어떻게 여기 들어오신 거예요?
도대체 몇 명의 미타를 더 만나보실 건가요?
이건 또 뭐 하시는 거예요?
전 이 답답한 평면 세계를 싫어해요.
지루하니까…
완전 감옥 같애!
어디 가시려고요? 거기 멈춰요!
케이크? 케이크는 싫어! 차라리 당근이나 썰어볼까?
아!
당신, 이 반지가 필요하지?
그럼 나랑 틱택토 한 판 해. 이기면 돌려줄게!
그녀는 강아지마냥 혀를 날름거리며 들떠있었다.
그녀의 무례한 말투는 절정에 달했다.
난 미타의 어깨를 밀며 거리를 유지했다.
잘 들어, 이건 정말 중요한 물건이야.
그냥 돌려줘. 여기에 많은 것들이 걸려있어.
난 간호사처럼 차분하고 조리있게 설명하려 애썼다.
다른 방식으론 대화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무례하게 말들을 내뱉었고, 그 모습은 미치광이를 보는 듯했다.
상황은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갔다.
날 다치지 마!
그나저나 이 반지가 그렇게 소중한 거야?
혹시 물건 집착증이야?
아니면 반지 끼는 걸 좋아하나?!
그녀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말들로 비꼬아대고 있었다.
이… 이건 마법 반지야.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잖아? 내꺼니까 어서 돌려줘!
집착증이 진짠가 봐!
마법 반지라니!
푸하하!
갑자기 그녀가 큰 소리로 웃었고,
나는 민망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점점 더 대담해지는 것 같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겁에 질린 2D 미타의 손을 낚아채 문을 향해 달렸다.
로비가 이상하게 변하더니,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정신없이 달렸다. 뒤에서는 광기 어린 발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극도의 긴장으로 온몸이 굳어버렸고, 귀에서 울리는 이명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2D 미타가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내 손을 놓고 나서야 알아챘다.
이봐! 진정 좀 해! 이제 안 쫓아와…
하… 하… 정말?
아까의 당돌하고 들뜬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담담한 슬픔과 죄책감만이 그녀의 얼굴에 남아있다.
미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발끝으로 바닥에 동그라미만 그리고 있었다.
[player], 이 반지를 돌려달라고 했었지?
게임에서 이겼으니 이제 돌려줄게.
그녀가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응, 고마워. 이제 가볼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머뭇거리듯 말을 이었다.
어디로?
난… 갈 곳이 없는데…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나중에 또 와줄 거지??
2D 미타가 말하는 순간,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변 공간이 순식간에 방 안으로 바뀌었다.
2D 미타의 대화창에는 갑자기 전혀 다른 내용이 나타났다.
안 믿어!
그러니 나랑 틱택토나 한 판 하자고!
변명하지 말고!
> 미타들은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알았어, 하자!
오늘 기분이 좋으니까, 당신이 선수 둬!
내가 먼저 시작했다.
아하! X를 먼저 그린 이유를 알겠어. 내가 O를 그릴 수 있게 유도한 거지? 이건 심리학이야! X는 보통 닫혀있고 숨겨진 마음을 나타낸다던데… 많이 조급한가 봐?!
뭐, 좋아. 미인 곁에서는 죽어도 좋다잖아? 아니면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한 거야? 심리학적으로 보면 날 무시하는 거네? 아이참, 교활하시기도 하셔라~ 후후후!
내 생각엔 좋은 수였는데.
난 이 게임을 진짜 좋아해! 현실에선 X가 모든 걸 망치고 부정하잖아! 사람 인생도 망치고!
근데 여기선 내가 영웅이 돼서 그 X들을 다 밟아버릴 수 있잖아! 어머, 내 말이 좀 과격했나?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후후!
그녀가 재잘거리는 동안 나는 묵묵히 다음 수를 생각했다.
이건 완전 상징적인 거야! 반지처럼 생긴 동그라미를 피하려는 것 같지만… 그래봤자 소용없어. 크큭, 꽤 머리를 쓰네!
반지를 돌려받고 싶어? 그럼 날 이겨 봐!
게임을 하는 내내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2D 미타, 어느새 나도 그녀의 수다스러운 성격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눈 부신 빛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시야가 하얗게 흐려져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었다.
익숙한 로비에 한여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다.
형형색색의 빛무리 속에서 정신을 차린 후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속이 뒤틀리며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처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데… 잠깐, 내가 2D가 됐어?! 내가 2차원 세계로 왔어?!
…
짙어지는 어둠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무릎에 손을 짚은 채 간신히 숨을 몰아쉬어 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고,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호흡이 진정되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이제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젠장, 이제 어쩌면 좋지?!
…
…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던 그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3차원 세계로 돌아가는 거야.
걔들처럼 게임 룰을 깨고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넘어서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할 수 있어! 아이 캔 두잇!
발을 내딛는 순간, 귀여운 소녀가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짧은 양갈래 머리를 흔들며,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반짝였다.
몇 걸음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의 들뜬 기분이 나한테까지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이었다.
> 분명 악마 같은 존재겠지… <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리에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아직도 이들의 순간이동이나 초자연적인 능력들이 낯설기만 하다.
소녀는 깊게 한숨을 푹 쉬고는 눈을 치켜떴다.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미타…?
그녀는 비웃 듯 눈을 살짝 찌푸리며, 공간을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흥, 그래 맞아.
근데 나랑 비슷한 애를 많이 봤나 봐?
같은 이름을 쓰는 애가 많나 보지?
뭔가 큰 실수라도 한 것처럼,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 게 섭섭하다는 듯한 따지는 말투였다.
말해도 안 믿을 텐데…
누구랑 만났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근데 여긴 왜 온 거야?
여기는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고!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가냘픈 검지를 들어 위협하듯 흔들었는데,
그 손가락에 내가 잃어버린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놀란 나머지 난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이거, 당신이 잃어버린 거 맞지?
긴장한 채 침을 삼키며, 셔츠 깃을 아래로 당겼다.
그녀의 거만한 말투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듯한 태도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앞의 이 소녀가 바로 곧 다가올 재앙이라는 것을.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반지를 돌려주고 여기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진짜 당신 거였어?
이상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태도가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목소리에선 즐거움과 호기심이 묻어났다.
무거운 바위라도 내려놓은 듯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까까지의 포식자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날 놀리고 싶어 하는 장난꾸러기 고양이 같았다.
눈 깜빡할 사이, 2D 미타는 나타났을 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잠깐만!
화가 나서 소리쳤다.